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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Domestics

[제주] 봄비 내리던 제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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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여행 첫날의 피로 때문인지

전날의 술 때문인지 눕자마자 잠이 들어서 친구가 깨워 간신히 일어났다


산을 타려면 8시 30분까지는 성판악에 도착을 해야 하니까 아침부터 서둘러서 출발

출발 직전 밖을 보니, 전날밤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유채꽃이 정말 만발해있다

정말 봄이여-_-





훈민정음과 성경의 창세기가 묘하게 섞여 있는 게스트 하우스의 벽

그리고 새로 지었다는 프라이빗 게스트 하우스


다음에는 여친이랑 같이와서 묵을게요

사장님의 배웅은 없다...ㅋ


그저 여행객인 우리는 말 없이 떠날 뿐이오

조용히 성판악으로 출발하는 일요일 아침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새벽에 사진을 찍으면 그 시간만이 주는 그 느낌이 있다

다소 차가운 Cyan컬러, 아니 청남색의 느낌이랄까?

따듯한 사진을 좋아하는 나와는 대비의 느낌이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게하를 떠나기 전 구석구석 둘러보는 잠시 여유를 즐겼다



저 많은 술은 역시 손님과 그리고 사장님의 합작이겠지

지난번엔 나도 일조했었지만, 이번은 등산으로 맥주만 마셨다

그게 조금 아쉽지만, 다음엔 달려주겠어요^^


성판악으로 가는 길은 날씨의 변덕에 허를 내두를 정도였다

안개가 끼었다가 다시 개었다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은 안개는 정말 오랜만에 겪는 상황이라

산을 오르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다행히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했을 땐 안개는 걷혀 있었다


홧팅2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으니, 휴게소 해장국으로 간단한 해장 겸 아침 식사를 하였다

음식이 조금 짜서, 물을 부어서 먹었지만, 그래도 호로록 한그릇 뚝딱 해치웠다



우거지해장국 6.0

이 정도면 저렴한거 아닌가?ㅎㅎ




대략 7~8시간 정도가 예상되는 산행인데 그냥 올라갈 수 없어서

김밥 2줄과 커피 한잔, 초코바 2개, 그리고 생수 3통을 샀다


근데 생수는 인당 2통 더 필요하고, 오이나 귤 같은 과일도 있으면 산행에 더 도움이 됩니다

우린 과일이 없어서... 힘 없이 산행 진행 ㅠ.ㅠ



하늘이 맑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출발합니다





백록담을 올라갈 수 있는 코스는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조금 쉬운 코스가 우리가 올라간 성판악 코스

그리고 반대편 관음사 코스는 조금 더 어렵다



국립공원이라면 입장료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차비 1,800원만 내면 된다ㅎㅎ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12시 30분 이전에 통과하여야 정산 등반이 가능하다

설마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구두나 슬리퍼 신고 등산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구보니, 난 강화도 마니산을 슬리퍼 신고 올라 갔었지...)


안습



산을 올라가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올라갑니다

로얄마운틴


'ㅁ'




작년부터 한라산에는 쓰레기통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하네?)


그렇지만 막상 사람들은 그냥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는 것 같은데

취지는 좋은데, 그래도 성판악 휴게소 정도엔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까진 하늘이 푸르다

이 하늘이 언제까지 이럴까




내 등산화는 성민이에게 빌려주고

난 트레킹화를 신고 산으로 갑니다



30mm로 셀피 찍는 건 쉽지 않지만

해맑은 모습으로 한 컷 갑니다 



대략 두 시간 정도 걸어서 첫 번째 목적지(?)인 진달래밭 대피소 도착

여기서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기 시작..




12시 30분까지만 통과하면 백록감 가는 데 문제가 없지만

11시쯤 우리는 이미 도착, 느긋하게 올라감


라면을 먹을까 기웃 기웃 했는데

아저씨가 빨리 올라가래서 그냥 올라가는데 갑자기 너무 당이 떨어져서 가방을 뒤적거렸는데 마침 득템!!


회사에서 현희 대리님께 받은 구운감자

구운감자가 나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지 ^^;




안개가 끼면서 슬슬 입질이 옵니다

점점 앞이 보이지 않는다



노랑이 이쁘게 나온 계단

물론 사진과 다르게 올라가면서 헉헉 거리고 힘들어진다


노란 페인트칠은 왜 했을까


??



김밥을 제외하고 유일한 자유시간을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파워업

부글부글

산에서는 당을 섭취해야 한다



어느덧 1900미터

높이 올라왔지만, 다행히 고산병은 없다


마지막 급격히 가파른 계단을 헉헉 올라가서 드디어 도착

그런데..

아 그런데..



앞이 보이지 않아

백록담은 왼쪽인데, 왼쪽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슬퍼2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비인지 안개인지 모르는 습한 기운이 조금은 찝찝했는데

그래도 허기가 지니까 준비해 간 김밥을 허겁지겁 먹고 인증샷 촬영


인증샷은 소중하니까

딱히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 내려갑니다

산은 올라갔다가 내려가기 위해서 타는거죠..



꼭대기에 T 와이파이가 있다

근데 난 SKT가 아니라 KT

제주도는 올레라면서! 그러면 KT자나..


그리고 슬금슬금 다시 내려와서 진달레밭 대피소로 복귀




이젠 라면을 먹어봅니다

라면은 1인당 2개 이하만 판매한다고 합니다



백록담에서는 김밥 하나만 먹었으니, 남은 김밥 하나는 라면과 함께 먹어줍니다

산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최고인듯!!!!!


앞서 말한 것처럼 쓰레기 되가져가기 하는데, 산에서 파는 라면 조차도 다 먹으면 들고가야 한다

이건 조금 아닌 거 아닌가?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면서 올라왔던 길을 내려갔다

산을 내려가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들고

무릎도 아프지만 이번 제주도 여행의 목적이었던 한라산을 10년만에 등반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을 내려왔는데 다시 날씨가 좋아졌다

봄의 제주도는 오락가락 그 날씨를 종 잡을 수가 없다



공기 총(?)으로 먼지도 훌훌 털어주고 등산 완료 



등반을 시작하기 전 성판악 코스는 1100미터 정도에서 시작할 줄 알았는데..

750미터였어

내려와서 보니까 750미터

시작부터 험난했구나-_-




제주도는 '허', '하' 렌터카의 천국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능


10년 전보다 1시간이나 등산 시간을 단축하고 나니 너무 힘들다

그땐 일행 중 여자들도 있어서 맞춰주느라 천천히 올라갔었나

발바닥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다

일단 커피 한잔 하러 갑니다


#

성산 커피잇수다


여행을 가면 그냥 카페가 가고 싶어지나보다

물론 서울에서도 카페 가는 걸 좋아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카페 구경 삼매경

추천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책보고 찾은 카페이지만 생각보다 아기자기함이 좋았다









달달하겐 땡긴다던 성민이는 단걸로

아메를 좋아하는 나는 아메, 그리고 제주도 유명한 떡인 오메기떡

나름 맛있었다능 ㅎㅎ


배를 조금 채우고 나니 진짜 해야할 것! 숙소 정하기에 돌입

평소 숙박&항공권은 무조건 먼저 예약 완료를 해두는 성격이지만

아마 이런 여행은 정말 처음인듯


둘째날 숙소는 정하지 않아서, 급 검색 검색 검색

연휴가 아닌 일요일 저녁이라 어렵지 않게 숙소를 구하고 등산 후엔 고기와 소주를 외치는 성민이와 고기집으로 고고씽


#

복자씨 연탄구이


이번 여행은 신기하게도 먹는 동선은 좋다

전날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서 해물탕집(기억나는 집)까지 600미터


카페 잇수다에서 흑돼지집(복자씨 연탄구이)까지는 1킬로 남짓

오늘은 살짝 의도된 경로이긴 하지만 밥 먹을 때 운전 오래하는 것만 싫은 것 없으니

탁월한 선택이었다ㅋㅋ




얼마 전 혼자 여행 온 친구가 먹고 싶었지만 차마 발을 들여놓지 못한 그 가게로 난 친구랑 둘이니까 왔다

가게 안은 바깥 풍경이 바다가 보여서 운치를 더 했지만

남자 둘이 온 일행에게 그 운치는 사치인듯하다




제주 흑돼지

역시 고기는 진리다 +.+


고기를 구워주시던 사장님이 남자 둘이 왔냐고

친구랑 한라산 올라갔다니까,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뭐랄까?

내 목적(?) 달성 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좋다



 


고기가 익어가니까 어제와는 다른 한라산 소주를 들이킨다

참이슬 클래식 버젼 느낌의 한라산 소주 21도 정도 됐던가??

한잔 마시더니 바로 소맥 말아주시는 성민이 'ㅁ'



고기 금방 주워먹고 비쥬얼조차 매운 김치찌개와 밥도 한그릇 뚝딱하고 저녁은 끝.

밥도 먹었으니 아이스크림도 먹습니다



저녁을 먹고 성산에서 다시 서귀포 숙소까지는 거의 한 시간 정도의 운전해서 숙소로 들어왔다

돌아오는 길에 감귤이라도 사려고 잠시 가게에 들렀지만, 마땅한게 없어서 팀에 줄 선물로 초콜렛만 획득

비가 추적추적 오는 가운데 뜬금없는 전화에 조금 황당했지만 귀가 완료


숙소로 돌아와서 각자의 짐을 정리하면서 잠시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너무 배가 불러서 다른 걸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간단하게 맥주로 여행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역시 계속 비는 내리고, 간단히 점심과 커피를 마시고 서울과 대구로 각각 돌아가면서

친구와의 2박 3일 제주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졸업 후 처음으로 친구와 떠난 여행에서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세월이 흘러 달라져버린 친구와 나의 갭이랄까?


대구를 내려가면 아주 잠시 술을 마시면서 보기만 해서 그런지 어느새 관심사와 상황이 많이 달라져버린 

친구와 나의 거리를 미쳐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 낯선 감정이 싫은 것이 아니라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좋았고

한참 봄을 타고 있던 나를 조금 더 돌이켜볼 수 있는 여행이 되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제주도는 매번 다른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또 다른 많은 것을 내가 얻어가는 것 같다

다음에도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찾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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