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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여행은 언제나 어떠한 끌림으로 시작하게 된다
2015년 어느날, 갑자기 친구와 함께 떠나고픈 마음이 들어서 선택한 제주도
봄비 내리던 제주여행, 그렇게 짧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며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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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2년 전 겨울의 학습 효과 때문인지
이번 출발은 넉넉하게 12시 30분으로 확정
느긋하게 도착해서 라운지를 즐길 예정이었지만
아침에 부랴부랴 짐을 싸는 바람에 비행기도 가까스로 세잎
12시 10분 보딩인데, 12시 5분 게이트 통과라니^^;
4월 첫 주말이라 그런지
봄을 만끽하려 떠다는 사람들로 공항은 나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나 역시 그 중의 하나, 여행이 주는 설레는 마음으로 보딩을 기다리는데
앞에 앉은 아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참 많은 갓난아이
아이를 좋아하는 나는 또 그 아이와 아이컨택
까꿍~
아이는 다소 시크하게 관심을 주셨습니다
(석군 관심 +1 획득ㅋㅋ)
새신을 신고 제주도로 떠납니다
자 가자!!
대구에서 출발하는 친구 고군보다 먼저 도착해서 나름 익숙한 발걸음으로 렌터카하우스로 도착
익숙하게 차를 빌리고, 이번 2박 3일의 차는 K5 너로 정했다
동생 차라서 운전도 해봤고 익숙하고 무난 무난해서 너로 결정!
하늘은 시무룩하다
오랜만에 여행 왔는데, 날씨가 첫 날부터 상당히 불길하다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불어오는데, 날짜 선택 '이것이 최선이었나요?'
친구가 도착하지 않은 틈을 타, 간단한 여행 계획 세우기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나에겐 우선 가벼운 음식이 필요했다
재작년 내 여행에 큰 도움을 준 버스타고 제주여행을 다시 소환하여 급하게 서쪽 카페 검색
실시간 여행 계획은 그렇게 세워지고 있으니...
갑자기 귀에 가사가 들려오던 노래 - 별, "끝난 사이"
다 끝난 사이라면 미련이 없어야 하겠지?
난 누구에게도 미련이 없겠지?
혼자 슬슬 10cm모드가 되는데 마침 친구 도착
드디어 여행 출발
책에서 봐둔 카페로 출발하는데, 마침 그곳은 애월 곽지과물해변
이름이 특이했던, 지난번 문어칼국수를 먹었던 그곳이었다
막상 왔었던 곳을 다시 왔는데
당시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카페가 여기 딱 있다니
사람은 역시 아는 만큼 보이나봐
유채꽃
제주도가 특별히 유명한
그리고 봄을 상징하는 꽃이랄까?
서울에서 보기 힘든 샛노란 유채꽃을 보니 여기가 제주도란 실감이 살짝 나기 시작한다
Yes, I'm out of my town right now!!
여전히 누군가는 목욕을 하는지도 모를 노천탕 안의 돌하루방과의 반가운(?) 재회로 사진 한컷도 남겨보고
다른 돌 조각상들도 찰칵 찰칵 찍어본다
[카페 태희]
김태희는 그 김태희가 아니고, 카페 태희 사장님 이름이었다
그것도 남자분이라네
사진을 찍기 바빠서 막상 여기 들어갈 땐 간판 위의 깡통 로봇이 일리 커피 마크를 달고 있는 줄 몰랐네
이렇게 후기를 쓰면서, 여행을 돌이켜보면서 알게 되는 것도 여행 후에 많이 있다
피쉬앤칩스, 수제버거, 커피, 그리고 맥주
다양한 메뉴 중 우린 맥주와 피쉬앤칩스
2박 3일 운전에 당첨되버린 석군은 맥주는 맛만 보는 것으로 하고
술은 우리 고군이 주특기라, 너가 다 마시렴ㅋ
어떤 이야기도 나눠보지 않았지만, 가게의 분위기에서 사장님은 왠지 많은 나라를 다녀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름 셀카같은 셀피를 찍어도 보고, 시원한 기네스를 한 모금만 맛봤다
(생각보다 뭔가 싱거운 맥쥬)
피쉬앤칩스 역시 살짝 싱거웠지만, 레몬과 크림소스를 곁들이니 먹을만했다
바깥의 흐릿한 날씨와는 다르게 실내는 다소 더운 느낌이었는데, 마침 들어온 사람들이 창을 전면 개방!!
초여름 어디선가 불어온 산들바람 마냥 시원함과 청량감이 답답한 마음을 씻어주었다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제주도 에메랄드 바다를 보러 협재해수욕장으로 출발
지난번, 한 겨울 엄청난 바람이 불때와는 또 다른 느낌인 협재해수욕장 도착
멀리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지만 사람들은 봄날의 기분을 내듯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사진을 찍었다
막상 남자 둘이 온 우리는 딱히 뭘 하진 않고 바다 구경 그리고 난 사진 찍는 데 집중하였다
언제봐도 신기한 제주도 바다 색깔
그것이 이국적이여서 일까?
더욱 일상에서 벗어난 느낌을 가져다 주는 건
못생긴 얼굴이지만
요로쿰 셀피도 한 컷
이러구나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여행... 망했네 망했어
차에 타기 전에 벽에 새겨진 돌하루방도 다시 한 번 더 찍어주고
어디로 가지? 고민하다가, 이중섭 미술관으로 출발하기로 결정!
사실 제주도 어디에서든(특히 애월에서는) 서귀포까지는 1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네비를 찍었는데
도착 예정시간이 무려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거였다
마감 시간이 6시, 우리 출발 시간이 4시 30분
과연 시간 내 도착할 수 있을까?
그래도 제가 한 운전하자나요,
석 드라이버, 석 기사
5시 25분 도착입니다
(입장이 5시 30분까지 였으니, 간신히 세잎)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입장료는 내 생각보다 더 쌌다
단돈 천원
그림이나 전체적인 미술관 규모가 작은 1개층이 전부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규모랄까?
괜찮습니다
이미 가득핀 벚꽃은 세차게 내리던 비에 마지막 꽃잎까지 탈탈 털려 버렸다
때론 떨어진 꽃이 운치 있을 때도 있지만 올해 봄, 벚꽃과는 계속 어긋난 타이밍
유난히 벚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ㅠㅠ
카메라와 친하지 않은 친구가 왠일로 한 컷 찍어준다길래 군말없이 포즈
어색어색? 시크시크? 도도? 몰라-_-
막상 미술관 내에선 촬영이 되지 않아서 이중섭 화백의 대표작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이화백이랑 제주도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생각을 하고 찾아봤더니, 1951년 한국 전쟁 중 제주도로 내려오셨다고 한다
그래서 미술관을 나오면 바로 이중섭 문화의 거리도 있고
여러가지 이화백의 그림을 테마로 조형물도 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조금 더 일찍 왔다면 좋았을텐데
이래저래 타이밍은 좋지 못해서, 다음을 기약하며 저녁 먹으러 갑니다
[기억나는 집]
후배 밀지 추천으로 알게된 전복해물탕 전문점
웃긴건, 이중섭 미술관에서 60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그저 서귀포 그 근처일거라 생각하고 차에 타서 네비를 찍었는데
그냥 걸어 가도 되는 거리였다니!!
해물탕 작은거 3만원
오분작이 도대체 몇마리야
가성비는 정말 최고!!
제주 소주 한라산 순한맛과 섞어 먹는 카스
술은 소맥을 사랑하는 고군-_-
역시 운전하는 나는 따악 한잔만 마시는 둥 마는 둥
해물탕과 술, 이 완벽한 조합에 마시지 못함이 원통할 뿐이로닷
이것이 끝이 아니다
다 먹고 나면 라면 사리에 해물 라면
OMG
배부르게 밥을 먹었지만, 아직은 숙소로 가기엔 다소 이르다
남자 둘이긴 하지만, 우린 여행을 왔으니까 알차게 다녀보자
커피&카페 매니아인 석군의 주장으로 서연의 집을 찾아갔다
(뭐 이번 여행은 대부분 내 맘대로 가고 있지만..)
[카페 서연의 집]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승민이가 지어준 서연의 집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이렇게 카페로 변신해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짭짤할 것임에 틀림없다 ㅋㅋ
분명 네비를 찍고 가는데 작은 골목길을 안내해서 처음에는 잘못가는 줄 알았는데
얼마간 좁은 도로를 통과하면 바로 바닷가가 나오면서 서연의 집이 나온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원래 충분히 명곡이었지만, 영화를 통해 그 연령대가 더 넓어졌다고 해야할까
아날로그 감성 물씬 풍기는 CDP까지 더해져서 영화는 90년 초와 2000년 중반을 넘나든다
카페는 1층/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곳곳에서 영화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괜시리 나도 서연과 승민이 그랬던 것처럼 엇갈려버린 그런 사람들을 추억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뭔가 다소 짠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카페라고 하지만 커피는 진하지 못하고 가격은 비싸다
한라봉 차는 무슨 맛이었을까
기억하지 못하는 맛
그것은 이미 잊어버린 지난 사람들과 닮은 듯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삶이 무척 달라져 버린 친구와 나의 연결고리 중 하나랄까
제주도, 어느 카페에서 우리에겐 너무나 일상적인 야구를 보면서 그렇게 웃는다
10년 전,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봄직하지 않았을까
냉정과 열정사이 쥰세이와 아오이도 10년 후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한 것처럼
우린 모두 막연하게 10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지, 기대하고 궁금해한다
흐릿하게 찍힌 내 모습
2005년의 나는 2015년의 나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미래가 이렇게까지 불투명할지도 몰랐을거다
이 영화가 좋았던 건 그 어떤 대사보다도 나를 그 시절로 데려가 줄 수 있는 그 묘한 구성에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린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고,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어서
그것이 더욱 아련하고 그립게 만드는 어쩌면 뻔한, 그러면서 묘하게 저항할 수 없는 그 매력
어쩌면 그 병맛 같은 매력이 영화와 이 카페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납득이
이런 의외성이 우리 삶의 재미고, 부분이니까
여행도 그 맥락이고, 사람은 역시 웃어야 한다니깐
(웃지 않으면, 납득이 안되요~ㅎㅎ)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딱 하나
그 사람을 좋아하니까
그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무엇도 설명이 안된다
날 움직이는 동기도 역시 하나
그리고 나 역시도 사랑을 받고 싶어서 내 호의를 상대에게 베푸는 거지
비오는 제주, 텅빈 서연의 집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까지 텅 비어 버린 것 같이 저려온다
날씨가 화창한 날, 해질녘에 온다면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짧은 반나절의 일정을 소화하고 2년 만에 찾은 단빌리지 게스트하우스
어김없이 사장님은 우릴 친절히 맞아주신다
2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아이가 태어났고, 프라이빗 게스트하우스가 생겼다는 정도?
약간의 안주와 함께 사장님과 술을 먹으려했던 내 계획은 전날 냉장고를 다 털렸다는 사장님의 말로 다 취소
대신 술을 공짜로 주셔서,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토크를 2시간 진행ㅎ
(여전하셔요 사장님ㅋ)
내일은 한라산을 올라가야 하니 12시쯤 잠자리로 돌아간 우리
물론 등산을 위해 술을 자제하려고 했는데,
올만에 찾아온 게하에서 사장님과 거나하게 마시지 못해서 살짝 아쉬워하고 그렇게 여행 첫날을 마무으리!!
나는 그대로라고 생각했지만
2년 만의 제주도는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뀐 만큼이나
다양한 느낌을 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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